미니멀과 맥시멈 그 사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쿠키 유무 및 간단한 후기

박9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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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로 극장에서 본 거의 20년 만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영화 관람 직후의 후기를 간단하게 남겨본다.

여유롭던 토요일 오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관람 후기

1. 줄거리

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의 과거의 모습을 상당히 투영하고 있을 주인공 소년 '마히토', 3년 전 도쿄 대공습 중 사망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 충만한데, 아버지는 3년 만에 어머니의 친동생과 새로 혼인을 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새엄마가 되버린 이모에 대한 원망 등 '마히토'는 마냥 혼란스럽기만 하다. 거기에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한 자기혐오까지, 사춘기 소년에게는 마냥 버거운 상황. 그런 상황 속에 갑작스럽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이상한 세상 속에 떨어지고 만다.

2. 감상 후기

사춘기는 원래 혼돈의 연속이다. 지나고나서 돌아보면 평탄한 편이었던 내 사춘기역시,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든 마음 속 전쟁으로 하루도 성할 시간이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는 등 정말로 험난한 사춘기를 겪은 '마히토', 그 주인공의 사춘기는 이 영화 속과 같은 판타지 세상 정도는 등장할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는 분명 친절하지 않다. 특히 '마히토'가 탑 속으로 들어간 이후에는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짜임새 있는 스토리보다는 환상적인 비주얼 위주로 영화가 펼쳐진다. (정말 꿈 꾸는 듯한 느낌이어서 잠깐 졸기도 했음.) 이게 무슨 내용일까 싶다가도, 머리로 스토리를 따라가는 걸 어느 순간 포기한 다음부터는 영화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전 작품인 하울, 센과 치히로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지브리 영화의 매력은 동글동글하고 친숙한 인물 디자인과 더불어, 혼자 60hz로 가득한 세상에 혼자 120hz인 것 같은 유려한 화면이라고 생각한다. 저승을 표현한 영화 중반부 이후, 이런 장점이 더 빛을 발한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생물들과 현상으로 가득한 세상이 이질감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표현된다.

 

갑작스럽게 끝나는 것 같다는 결말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전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기존 작품들도 결말이 다소 싱거운 편이었다. 워낙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세상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영화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호였다. 물론 중간 중간 졸기도 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한껏 뽐내는 이질적인 비주얼에 나도 모르게 매료됐다. 

3. 쿠키 여부

갑작스러운 엔딩, 그리고 글씨 하나 없는 텅 빈 파란 화면이 스크린을 메운다. 그리고 크레딧 글자가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극장 곳곳에서 '뭐야 끝이야?' 소리가 들려왔다. 쿠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 영화에는 쿠키가 없다.

 


결론

이런 저런 평들, 영화에 대한 외부적인 이야기들을 떠나서, 영화 그 자체로 굉장히 흥미롭다. 분명 지루하고 난해한 부분들도 많지만, 그만큼 형식이나 이야기에서 자유롭고 다음 장면을 감히 예측조차 할 수 없어 즐거웠다. 이런 저런 평가들을 떠나, 직접 영화를 경험해보는 걸 추천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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